어떤 집 아들은 연월차까지 내서 부모 만나러 내려온다던데 나는 역귀성이다.
녀석이 내려오는 것보다 내가 올라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니까 ㅎㅎ
어린이날 기념으로 우리집 어린이 모시고 관악산에 올랐다. 들머리는 서울대학교 캠프스 내 자운암.
십수년 전 과천에서 올랐던 연주대 조망은 그야말로 오금이 저렸었는데.....
그때의 서울보다 지금의 서울은 5배쯤 커진 듯하다. 아니, 그 이상일까?
한눈에 다 담기도 어려운 방대하고 광활한 도시, 빼곡한 빌딩숲.
저 미니어처 속에서 천만 명의 개미들이 살고 있단 말이지.
조불급석(朝不及夕), 아침에 저녁 일을 보장할 수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단 말이지.....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바위 틈으로 용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는 나무가 기특하다.
온실 속에 자라도 꽃을 못 피우는 나무가 있고, 바위 틈에서도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나는 아마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인생을 무성의하게 살아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집 두 남자가 두 배나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그냥 묻어가는 셈이다 ㅎ
하이엔드카메라로 찍었더니 색감이 어색하다.
CCD 오염이 심각하다는 걸 컴퓨터에 올려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여길 또 오겠나. 조불급석인데ㅎㅎ
9부 능선쯤에서 갈등이 생겼다. 눈 앞에 보이는 암릉 구간이 위험천만이다.
나는 아들을, 아들은 나를 염려하는 눈치다. 예정없이 산에 오느라 둘다 운동화를 신은 까닭이다.
나 혼자라면 가겠는데.... 아들도 아마 그리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땐 내가 선수를 쳐야 한다.
얘, 그만 가자. 저 꼭대기 올라가봤자 별 거 없어. 조망은 여기서 다 봤잖아~
자운암 날머리엔 초파일을 앞두고 색색의 수박등이 탐스럽게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