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 기일을 하루 앞두고 시누이가 하늘라나로 갔다.
뼈만 앙상한 채 수혈로 연명하는 딸을 보기 안타까워 그 아버지가 데리고 가신 것일까.
병상에 누운 채 시누이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죽는다고는 생각지 않으셨다. 늘 나아서 집에 갈 거라고 믿었다.
한번은 조카(시누이 딸)가 병실 청소를 하다 저희 엄마 신발을 잃어버렸는데, 시누이는 노발대발했다.
- 나 죽으라고 신발 갖다 내버렸지?
그 일로 시누이는 한동안 딸을 외면했다. 죽기 전까지 죽음을 믿지 않았던 시누이는 그래서 유언 한 마디 없이 이승을 떠났다.
목숨이란 얼마나 존귀하고도 누추한 것인지, 끈질기고도 허망한 것인지.
꽉 쥐고 놓지 못하면 떠날 때 힘들다는데, 주먹 쥔 손 조금씩 펴고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