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 있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인가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가족이 있고 사회적 관계가 있어도 그 관계 속에 푹 빠지지 않고 혼자 잘 노는 사람.

누군가는 그런 사람을 괴상한 혹은 괴팍한, 이상한, 독특한 성격 등으로 말한다.

성격인지 취향인지 모르지만 그 부류는 그 부류대로 자기답게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루종일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온 날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특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마구 뿌려댔거나, 관심 없는 얘기를 실컷 듣고 들어온 날.

외롭기 싫어서 사람을 청했다가 주파수가 맞지 않는 걸 느끼고 더욱 외로워지기도 한다.

대중에게 기(氣)를 받는 사람도 있고, 대중에게 기를 뺐기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젖은날 숲에 갔다가 흰 앵초 한 송이를 보고 왔다. 처참하게 짓밟힌 땅에서 어쩌다 살아남은 한 송이 꽃.

빗 속에서 수달래도 후줄근하게 지고 있었다. (4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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