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트루판까지 장장 4시간.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사막, 사막. 어디선가 잠깐 소금호수를 본 것도 같다.
비 오는 날이 거의 없는 트루판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고 당도 높은 건포도를 자랑한다.
여행 일주일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입맛도 떨어지고 잠맛도 도망갔다.
때로는 불면으로 괴롭다가 때로는 기절처럼 단숨에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트루판의 하루는 가장 많은 것들을 둘러본 하루로 기억된다.
고창고성, 아스타나고분군, 천불동, 교하고성, 소공탑 등등 비교적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화염산의 살인적인 불볕이었다.
지옥의 불길이 하늘로 치솟는 듯한 산세에 지표면 온도가 6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곳.
손오공이 부채로 화염산의 불길을 껐다는데..... 나는 한시바삐 그곳을 빠져나올 생각 밖에 없었다.
체감온도 40도 이상, 작렬하는 태양과 바람 한점 없는 대기, 현세의 지옥이 거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덩이 같은 곳에서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낙천적인 얼굴로 관광객을 부르는 늙은 악사 앞에서 한 바탕 춤을 추기도 했던.....
북위에서 당초까지 고창국의 왕도(王都)였던 고창고성.
당대에는 신강 지역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고 하는데, 백여년의 역사로 멸망하고 성터만 남았다.
두 개의 하천 사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교하고성은 벽돌을 쌓지 않고 지층에서 파내려간 구조다.
기원전 2세기에 건축된 버들잎 모양의 성터엔 쉴만한 나무 그늘 하나 없다.
사랑이 없는 가슴처럼 삭막한 성터에도 살아남은 생명이 있어 놀라웠던.
덥고 건조한 도시 트루판을 떠나 우루무치로 가는 길, 참으로 오랫만에 푸른 초원에 눈을 쉰다.
밀밭 사이로 유채꽃, 엉겅퀴, 해바라기가 뒤섞여 피는 이곳은 여러 계절이 혼재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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