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하게 흐르는 황하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난주의 하룻밤.

왕복 3시간 거리의 유가협으로 모타보트를 타고 병령사 석굴을 보러 갔다.

 

 

 

 

석굴은 계곡을 따라 산 중턱까지 이어져 있는데

마지막에 위치한 절은 당나라 문성공주가 티벳의 왕에게 시집 가면서 들렀던 곳이라고 한다.

병령은 티벳어로 10만을 뜻하는데

이것은 이 지역이 티벳의 고대왕국 토번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병령사 석굴에는 실크로드 문명이 피어나던 시기에 조성된 불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중국 석굴 중 가장 초기 작품에 속하는데, 한때는 수 천명의 승려들이 거주했다고.

문명의 발상과 흥망성쇠가 한 눈에 느껴꼈던 - 진정 여행의 묘미는 이런 게 아닐지.

 

 

 

 

한 번 휘말리면 두 번 다시 헤어나오지 못할 누런 황톳물.

저 급류를 헤치고 배를 탔단 말이지-

배 밑바닥을 탕탕치던 물결, 양안으로 흘러가던 무협지 속의 풍경들.....

그대 다시는 여기 오지 못하리.

 

 

 

 

천수(실크로드의 중심지 중 하나)에서 4시간반,

맥적산 석굴은 돈황석굴, 용문석굴, 운강석굴과 함께 중국의 4대 석굴로 손꼽힌다.

보리 짚단을 쌓은 듯한 바위 봉우리 곳곳에 굴을 파고 불상을 조성해놓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가파른 절벽에 나무 구조물을 박고 거기 매달려 불상을 만들었던 그 정성은 어디에 가 닿았을까?

 

 

 

 

돌로 만든 게 아니라 흙을 짓이겨 절벽에다 저 큰 불상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다니 -

세월의 흔적을 반영하듯 불상은 비바람에 퇴색되었으나 그 감동은 수 천 톤의 무게로 다가왔다.

 

 

 

 

중산철교 아래 황하는 흐르고, 그들의 사랑도 흘러가네.

마음껏 활짝 꽃피우시라.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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