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안산에서, 구미에서, 경주에서, 저 꽃을 보겠다고들 불원천리 달려왔다.
꽃은 핑계고 실은 한 친구의 안위가 궁금해서, 그녀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때마침 해무가 몰려와 숲을 에워싸며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해무를 보려고 새벽같이 달려가도 만나기 어려웠는데, 무작위로 잡은 날 안개 선물이라니.
문상(問喪) 대신 여행을 이해 못할 사람도 있으려나.
그러나 우리는 안다.
어떤 위로보다 함께 있으면서 가만히 말 들어주는 게 최선이라는 걸.
수천 수만 송이 꽃이 안개속으로 자맥질하는 걸 보며
황칠나무 줄지어선 숲길을 함께 걸었던 순간들이 위로였고 치유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