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삼성동 봉은사
초파일을 앞둔 절집은 오색 연등이 두둥실 떠올라 하늘을 덮었다.
강남 한복판 대로변에 자리잡은 봉은사 절집 앞에는
한전부지를 봉은사와 사부대중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1970년 조계종이 정부에 팔아버린 한전부지(2만4천평)를 지금에사 돌려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고승을 배출한 봉은사.
신라 원성왕 10년(794)에 견성사(見性寺)라는 명칭으로 창건되어, 조선시대에 전국적인 사찰로 부상했다.
조선 성종의 능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임금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인 봉은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주변의 많은 땅을 갖게 됐다.
실제로 봉은사에서는 보우대사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역사적인 고승들이 활동했다.
봉은사는 일제강점기 선종 대본산이었으나 1939년 화재를 겪은 뒤 1960년대 불사를 통해 재건됐다.
당시 봉은사는 한전부지와 코엑스 일부, 경기고등학교에 이르는 넓은 땅을 소유했다.
하지만 영동 지역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스님들이 농사를 짓기도 하는 한적한 사찰이었다고 전한다. <연합뉴스 발췌>
빌딩 숲에 둘러싸인 절집은 처마가 높아 풍경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심의 소음에 묻혀 벙어리가 된 봉은사의 풍경.
나는 왜 이 장면에서 '봉은사 땅밟기'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한 선교회 교육생들이 봉은사에 찾아가 사찰이 무너지기를 기도하며 예배를 보고 동영상을 유포한 사건-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를 드러낸 '봉은사 땅밟기'는 해외 사찰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드리는 ‘해외 땅 밟기’로 확대되어
여론의 엄청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