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 여궁폭포 (높이 20미터. 5/7)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문정희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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