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임금 이발하는 날이라고 모처럼 출사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식탁을 차리고 있는데 A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쯤 혀 꼬부라진 소리로.

거듭된 불운으로 황폐한 그녀는 일상의 분노와 슬픔을 마구 쏟아놓는다. (아, 이거 오늘 일진이.....1 )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못 끊은 게 20분, 그리고는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약속 시간이 바투 다가왔으니.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가질러 갔더니, 새벽에 내린 폭우로 주차장에 물이 넘실거린다.

신발을 다 적시며 겨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 이거 오늘 일진이....2)


왕릉 벌초는 2시부터라는데, 12시부터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더니 그예 폭우로 변해버렸다.(아, 이거 오늘 일진이..... 3)

아침에 걸려온 전화와, 폭우에 잠겨버린 주차장이 오늘 일진의 전조였던가?

왕릉 벌초는 취소되고, 천막 밑에서 생쥐꼴로 떨고있다 되돌아올 수 밖에.


귀가하는 길, 일행을 내려주고 오는데 길을 잘못 들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낯선 동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형이 변해 길 따라 가다보니 막다른 골목. (아, 이거 오늘 일진이......4)

홧김에 에라, 산 넘어 가자 싶어 시 경계 고갯길로 차를 몰았는데

엄청난 운해가 앞을 가로막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아, 이거 오늘 일진이......5)

1시간이면 올수 있는 거리를 빌빌 기어서 두 시간 걸렸다. 아, 진짜 운수 나쁜 날!!!



* 사진  / 행사장에서 가위로 벌초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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