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신촌에서 지하철을 타고 선유도에 내렸다.

여명 사이로 실루엣을 드러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

 

새벽 5시 몽골에서 걸려온 아들의 전화가 까무룩 잠들었던 내 혼을 깨웠었다. 더 이상 누워있을 수 없어 집을 나왔다.

 몽골로 사막투어를 갔던 녀석은 일정을 끝낸 어젯밤 휴대폰을 잃어버렸단다.

야 이넘아, 너 신나게 돌아다닐땐 연락 한번 안하고, 다급하니까 새벽부터 전화하는 거야? 엄마 2시간 밖에 못 잤다.

라는 말은 입안으로 삼키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을 남편에게 일러바치면 "자식한테 많이 기대하지 마." 일축할 게 뻔하다.

"그 녀석이 그랬어? 내가 한 마디 해줘야겠네." 나는 그런 위로(?)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곰살맞지 않으면서 식구들이 내게 다정다감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남들에게도 마찬가지고.

 

 

 

 

 

녀석이 없는 빈 방에 들어서기 싫어서 이른 아침 선유도를 헤맸다.

잠이 모자라 눈 속에 모래가 들어간 듯 따갑고 시들머들하다. 

지치도록 걷다가 한숨 자고 서래섬에도 가봤네. 그리고 마침내 현충원까지.

Y의 남편은 수목장을 치른다고 했는데, 거긴 차마 못 가보고 발길이 현충원으로 향했던가 보다.

 

5월은 잔인한 기억을 남기고 가버렸다. 더 아픈 세월이 남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평생 일하던 직장에서 쫒기듯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하루하루 심란하고 서글프다.

이렇게 헤어지는 거구나. 모두들 느닷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 문득문득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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