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암자는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은 같다
그것은 찾아오는 나그네를 물리치지 않는다는 것
나그네의 발품을 어여삐 여긴다는 것
나그네는 암자에 이르러 비로소 세상에 대한 피로와 노여움을 내려놓는다
<정찬주 '암자로 가는 길' 중에서>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암자, 무등산 규봉암(해발 970M).
4시간 거리의 먼 길이 걸림돌이었는데 겨울 끝자락, 눈소식을 뚫고 달려갔다.
지금 안 가보면 영원히 못갈 것 같아서.
노스님 혼자 은거하는 암자에 신도 몇 분이 오셨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 아닌가.
눈과 땀에 젖은 몸을 말릴겸 염치없이 공양을 청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엉거주춤 일어서는데 보살님 한 분이 떡과 귤을 챙겨주셨다.
눈밭에서 길 놓치면 굶어죽지라, 잉~
암자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광석대와 휘몰아치는 눈보라, 잠시 하산이 걱정되기도 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