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즈스탄은 직항이 없어 카자흐스탄까지 6시간을 날아가 다시 작은 비행기로 갈아타고 40분을 더 가야한다.

인천에서 카자흐까지 비행편도 1주일에 두번 뿐. 그 정도로 한국과 교류가 드물고, 관광 인프라도 취약하다.

키르의 크기는 한반도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6백만명 정도. 1인당 소득 1천불이 채 안 된다.


국토의 40%가 3천미터를 넘는 고산지형으로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에는 천산산맥이, 남쪽 타지키스탄 쪽으로는 파미르 고원이 펼쳐져있는 광활한 땅!






키르의 첫 인상은 키 큰 가로수들과 집집마다 핀 사과꽃이었다.

지난해 돈황에서 만났던 아름드리 백양나무, 늘씬한 미루나무, 귀부인같은 자작나무.....

미루나무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시야를 뒤덮을 정도였다.






중국의 서안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넘어오면 그 첫동네가 토크목.

이태백의 고향으로 한때 지역 최대의 바자르가 있던 곳에 부라나탑이 우뚝하다.

머나먼 길을 걸어온 카라반들에게 초원의 등대였던 부라나탑.

내 인생의 등대는 무엇이었나..... 문득 생각했던-






꼭데기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좁고 가파른 줄 알았으면 애초 탑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폭 50센티쯤 되는 어둡고 좁은 계단을 땀 범벅으로 올라갔다.

정상에는 유럽에서 왔다는 여인 둘이 여유만만하게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자신만만하게 몸매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있는 그녀, 내게도 저런 세월이 있었던가?






비쉬켁에서 몇 시간을 달렸을까, 마침내 이스쿨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 빛으로는 청록이었다가, 점점 초록으로 옅어지더니 가까이 다가가자 스카이불루 -

설산과 호수의 경계가 사라져 신비롭기 짝이 없는 이스쿨호수.

남미의 티티카카호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산정호수로 넓이가 우리나라 충청도 정도라나~






천산에서 흘러온 물이 모여든 호수는 바닥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올라 일년내내 얼지 않는다.

이스쿨이란 키르어로 '따뜻한 물'이라는 뜻이라고-

 호숫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과 얼굴이 비슷하다.

오래전 바이칼호수 북쪽에 살던 민족들이 쫒겨내려와 키르에 정착했다는데, 알고보면 우리와 핏줄이 닿아있는지도 모른다.






바칸바예바의 독수리 조련사 탈갈.

EBS에도 출연했던 그는 10불의 출연료를 받고 호숫가에서 이글쇼를 펼쳤다.

어린 독수리 새끼를 둥지에서 데려와 먹이고 길들여 사냥을 가르친다고. (에고, 불쌍한 독수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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