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초등학교 / 정세기


이름만으로도 좋아라
지리산 중턱의 가랑잎초등학교
더덕 순같이 순한 아이 셋과 선생님 한 분이
달디단 외로움 나누며
고운 삶의 결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라
새소리 숲에 앉아 글 읽는
맑은 음성이 고요히 퍼지는 곳
사랑과 평화 그 순결함으로 충만하여라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영혼의 파문 일으키고
꽃잎 피고 지는 것으로
계절의 흐름을 가늠하는
그냥 사는 것이 공부가 되는 교실 밖 교실
피라미 희뜩거리는 골짜기에서
물처럼 조잘대며 노닐다가
젖은 꿈을 안고 돌아오는
사루비아 붉게 타는 운동장
단풍나무 가지에서 해찰하는
다람쥐 눈망울에 햇살은 더욱 부셔라
구름 자락에 매달린 산마을에
머지않아 가랑잎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어여쁜 이름의 가랑잎초등학교

 

 

지리산 중턱 유평마을에는 초겨울 가랑잎 같은 작은 학교가 있다.

정식 명칭(유평초등)을 두고 가랑잎국민학교로 더 알려진 이 산골 학교는

50여년(1946~1994)동안 23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원사 계곡을 따라 하늘 아래 첫 동네까지 갔던 여행,

치밭목산장 이정표가 왈칵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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