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시 / 이향아
물에 젖은 손가락 눌러서 쓴다
누가 뭐래도 봄이 아니냐고
조이는 듯 아린 듯 손이 시리다
발간 맨발로 언 땅을 걸어
어여쁜 내 사람 돌아오겠지
무거운 껍질은 서둘러 벗는다
그런줄 알면서도 해마다 나는 속아
거리엔 안개같은 뜬소문이 자욱하고
강물은 백수정 뼛속까지 비칠 듯
바람도 맺고 끊어 용서하지 않는다
외투자락 여밀수록 파고드는 바람
봄은 올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방으로 터진 길 숨을 데도 없는데
언제부터 어디서 눈을 떴는가
산수유 나무 아래 서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