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너머에 신기루처럼 존재하는 신비로운 불교왕국 티벳.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가졌던 이미지가 그랬다.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 아래 황금빛 지붕의 신비스런 사원과
그 속에서 명상에 잠겨 수행하는 라마승,
시신을 독수리들에게 보시(布施)하는 천장(天葬) 풍습,
한 사람의 영혼이 몸만 바꿔 계속 태어나는 달라이라마 이야기 등등.
그러나 열흘 남짓 여정으로는 수박 겉홡기 내지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다.
유명 사원 몇 군데, 유명 호수 및 빙하 몇 군데
그것이 여행의 전부나 다름 없었다.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이동거리가 멀고 고산병 때문에 많이 걸을 수도 없었다.
에메랄드빛 호수 멀리 탕구라산맥이 의연하고
야크와 말들이 물가에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티벳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장사를 못 하는 편이란다.
너무 순박하고 무뚝뚝해서 호객을 못 한다는 것.
그 틈에 약삭빠른 한족들이 티벳 상권을 거의 차지하게 되었다고.
천상 목축이나 하며 살아야 하는 게 그들의 운명일까
곱게 단장하고 끌려나온 야크가 티벳인의 운명을 대변하는 듯.
신나서 환호하는 중국 관광객
야크 표정이 왠지 시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