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열흘간 인도를 보고 와서 과연 인도를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한반도의 15배 크기, 인구 13억이 넘는 나라를 장님 코끼리 만지듯 스쳐지나온 기억을 스케치해본다.






차와 사람과 짐승들이 뒤섞인 도로,  끝없이 빵빵대던 크락션 소리, 여기저기서 출몰하던 거지들,

우리나라 1950년대를 연상하게 하던 시골풍경들.

어찌보면 짐승과 사람의 중간 단계를 살고있는 듯한 그들이었지만, 표정은 더없이 밝고 천진했다.

 





하필이면 출국 전날 인도에서 갑자기 화폐개혁이 일어나 환전했던 돈을 쓸 수가 없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즉, 어느날 갑자기 총리가 TV에 나와서는

"내일부터 고액권(오백루피, 천루피) 지폐 두 장은 시중에서 통용 불가하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두 장의 고액권은 인도 현금유통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인도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검은 돈으로도 널리 쓰인다.

인도는 검은 돈의 흐름을 끊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단행했다고 한다.


은행마다 헌돈을 새 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쳤는데 정말 이상한 건 아무도 화를 내거나 정부에 반기를 들 조짐은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폭동이 일어날 상황 아닌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인도의 국민성일까?

모든 것에 순응하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들이기에 발전이 더딘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신발을 신은 사람이 드문 거리에서 문득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신발 하나 사기도 버거운 가정에서 자라는 두 남매.

오빠는 여동생의 신발을 구하기 위해 달리기에 나가 3등을 해야만 했는데...(3등 상품이 신발이었다.)

눈시울이 시큰했던 그 영화처럼 내가 본 인도 사람들은 맨발이 많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불행한 표정은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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