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빛이 너무 좋지요? 매향이 너무 곱지요?
다 空이라 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매화 사진을 얻기 위해 산사에 찾아든 건 처음이네.
전날 영남알프스엔 폭설이 내렸는데, 마음은 온통 거기 가 있었는데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 고와서 산은 그만 잊어버렸다.
두어 시간, 하늘이 허락해준 햇살을 즐기는 사이 봄눈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렸다.
사진의 제1조건이 '빛'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던 날.
청매, 홍매, 흑매 3종셋트가 만발한 통도사의 봄날, 잊지 못하리.
한 시간 이상을 매화 나무 밑을 맴도는 진사님.
그도 누구처럼 영각 앞 매화를 짝사랑하고 있었던가?
세상에는 사람 말고도 사랑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가슴 속에 오래 간직할 것들이...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퓌던 가지에 피엄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퓔동말동 하여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했던 지난 날을 추억하며
늙어가던 기생 '매화'는 자신의 신세를 이렇게 읊조렸다지.
이 많은 사람들이 기원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