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산을 타도 끄떡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무리다.

산에 갔다 온 뒷날은 수영장 가서 30바퀴쯤 레인을 돌고 집에 와서 쉰다. 

오늘도 봉대산에 불이 났는지 소방헬기가 집앞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나르고 있다.

전국이 산불로 비상이다. 경주 보문단지 뒷쪽에 난 불이 어젯밤까지 타고 있더니...

 

 

 

복사꽃이 활짝 핀 영덕을 지나오며 도화살의 어원에 생각이 미쳤다.

매화같은 기품도 아니고 벚꽃같은 화사함도 아니고 복사꽃은 아무래도 색깔부터가 요사스럽다.

 붉은 색이 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복사꽃 또한 색깔부터 선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온 게 아닐까.

메마른 산천에 발그레한 저 복사꽃이야말로 사나이들 가슴을 뒤흔들고도 남겠다. 

분명한 건 사주팔자에 도화살이 든 걸 예전에는 이성관계가 복잡한 걸로 풀이했지만

요즘은 연예계로 진출하는 등 인기인이 되는 걸로 풀이한다는 재미있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산불감시는 그야말로 철통같은 수비였다.

영덕 갓바위산을 목표로 갔다가 들머리에서 한 발짝도 못 내밀어보고 돌아나왔다.

주왕산 절골로 들어가 왕거암까지 올라가볼까 했으나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초여름같은 날씨, 아까운 시간은 흐르고... 옥계계곡 상류 바데산(646m)을 오르기로 했다.

 

 

 경방골에도 가뭄이 확연하다.

몇 년전, 여기 왔을 땐 호박소의 물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흐르는 땀을 씻을 새도 없이 뛰어들었는데.

사람도 물처럼 풍성해야 뛰어들고 싶겠지. 얕은 물은 금방 구정물이 일어나니까.

 

 

 

계곡 한 가운데 활짝 핀 금낭화 무리.

곳곳에 노란 피나물 군락도 보이고 각시붓꽃, 봄구슬봉이, 산자고도 지천이다.

초여름을 연상케하는 날씨, 뿌연 연무가 시야를 가려 답답하다.

 

 

경방골 운치도 제법이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의 조망이 더 후련하다.

  

 

흰 꽃은 참 찍기 어렵다. 노출을 줄여도 흰색이 뭉개지고...

 

 

여기도 물이 많이 줄었네.

우리네 가슴도 점점 피폐해지는 거 아닌가 몰라.

바짝 가물어 바닥이 갈라질 것 같아...

 

 

 

복사꽃 핀 어느 마을의 정경.

아무도 몰래 숨어 살았으면 좋겠네. 저 언덕 아래 냇물 흐르는 곳에...

 

 

열엿세 달을 향해 샷을 날린다.

나른한 봄밤, 그리움의 푸른 늑대가 산등성이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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