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福 중에 가장 큰 복은 이런 일출을 보는 것이다.
속옷 바람으로 베란다에서 노을이 스러질 때까지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 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저 암봉 아래 조그맣게 깃든 금봉암. 오늘 지윤스님과 묘수스님을 한 자리에서 뵈었다.
화엄벌이 바라보이는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소설을 읽다가도 짜증이 나거든요. 내가 이 나이에 남의 책이나 읽어야 하나 싶어서."
그 어려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고도, 그녀는 뭔가 미진하다. 그 미진함이야말로 글을 쓰게 하는 힘이겠지만.
장편을 끝내고 나면 그 이후에 오는 허무가 이루 말할수 없다고. 작가는 그 허무를 이겨내야 한다고.
그대에게 문학이 어떤 의미이건, 나는 그대를 응원하리.
목표가 분명한 삶이란 얼마나 옹골찬가!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패날 가는 시간이 길 수도 있지만 우리는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으리.
필부(匹婦)의 삶에 안주할 수 없는 그대의 발은 언제나 공중에 살짝 떠 있다.
그러나 평생 그 발이 땅에 닿지 않아도 불행하지 않다는 사실..... 아는 사람은 안다.
사진 / 뫼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