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블로그를 닫고 싶을 때가 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클릭!!!
사이버 인연이란 모래성처럼 허망한 것, 허상을 붙들고 놀다가 탁 털고 일어서면 그만.
언제라도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는 연인들처럼 쿨하게 만나고 쿨하게 헤어지는 것도 괜찮지.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문을 닫은 블로그 앞에서 나는 번번이 서운하다.
너에게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니?
어제는 운무 가득한 신불산을 걸어서 올랐고, 오늘은 대암댐을 돌아 차로 문수산을 올랐다.
구절양장 휘어진 길에 비안개는 자우룩. 잎을 채 떨구지 못한 떡갈나무들은 차렷 자세로 비에 젖고 있었다.
비가 산 속으로 내려앉는 소리, 젖은 낙엽 냄새는 폐부로 스며들고...
<사진/뫼샘>
누군가에게 동행을 제의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번거로운 것보다는 다소 외로운 게 낫다.
사람에게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있지만 에너지를 빼앗기는 사람도 있으니까.
누구도 간절하게 그립거나 보고싶지는 않다. 빗속을 혼자 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충만하다.
이 비가 그치면 겨울이 바싹 다가오겠지.
광속으로 내빼는 세월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서 나는 뼈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을 맞고 있다.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