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기별에 반색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

긴 겨울 인고를 저렇듯 화사하게 표출하는  절개의 꽃이여.

 

 

 

 

 청매 홍매 반만 벙근 꽃을 살짜기 받들어 차회(茶會)의 상석에 모시고

이슬비 내리는 봄밤, 창 밖의 풍경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다인(茶人)들과 찻잔을 나눈다.

 

 

 

 

손님들을 위해 꽃을 준비한 안주인의 따뜻한 배려와 격조 있는 집안 분위기.

귀한 말차와 보이차, 감잎차, 국화차, 연차, 민들레차.....

여럿이 둘러앉아 마신 차가 족히 한 말은 되었으리.

  

 

 

다완에 피어난 봄이여, 화려한 雙花점이여!

질박한 그릇에 어울리는 저 초록색 말차 거품이라니!

 

 

 

 

근세(世)에서 훌쩍 타임머신을 타고 현세(現世)로 날아오신 분.

고서가 즐비한 서가와 진귀한 다완들이 근담(近潭)님의 이미지로 새겨졌다.

 

 

 

 

한학을 공부한 분들이 고루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아 조심스러웠는데

아내를 배려하고 대우하는 근담 님 마음 씀씀이가 열부()에 가까워 감동받았다.

 

 

 

 

산 아래는 봄이요 산 위는 겨울이 다시 찾아왔다.

새미기고개에서 선암산(토곡산 매봉) 오르는 길, 삽시간에 눈범벅이 된 나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낙동강을 발치에 둔 토곡산은 영남알프스의 끝자락이다.

토곡산 소속 매봉인줄 알았더니 언제 선암산으로 개명했는지, 내 없는 사이에 저들끼리 의논했던갑다 ^^*

매봉 일대의 암릉이 느닷없는 봄눈으로 더욱 화려하다.

 

 

 

 

나는 그대 등 뒤로 내리는 / 봄눈을 바라보지 못했네

끝없이 용서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 그대 텅빈 가슴의 말을 듣지 못했네

 새벽은 멀고 아직도 바람에 별들은 쓸리고 / 내 가슴 사이로 삭풍은 끝이 없는데

나는 그대 운명으로 난 길 앞에 흩날리는 / 거친 눈발을 바라보지 못했네

 용서 받기에는 이제 너무나 많은 날들이 지나 / 다시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사막처럼 엎드린 그대의 인생 앞에 / 붉은 무덤 하나 / 흐린 하늘을 적시며 가네

 검정 고무신 신고 / 봄눈 내리는 눈길 위로 / 그대 빈 가슴 밟으며 가네 <정호승 '봄눈'>

 

 

 

 

정성껏 마련한 제물로 시산제를 올린다. 격식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서설(瑞雪)이 내린 산에 엎드려 절할 수 있는 것만도 축복이다.

 

 

산 앞에 겸허하게 하소서~

행여 경거망동하더라도 신령님의 도움으로 실족은 면하게 하소서.

 

 

 

( photo by  환희님, 나무새님, 쉬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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