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폭설로 대기가 깨끗하게 씻긴 탓일까.
영남알프스 어깨 너머 창공에 선명하게 드러난 저 마루금은 팔공산이 분명하렸다.
며칠전 눈 폭탄을 맞고도 끄떡없는 통도사 홍매.
올해는 저 꽃을 못보나 했는데 지난 금요일 부산 가면서 잠시 들러 문안을 여쭈었다.
영남알프스 전체 조망을 보기에 고헌산만한 곳도 드물다.
외항재에서 30분만 오르면 조망이 탁 트이면서 저런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람꽃을 보러 한듬계곡을 찿았는데 '개구리발'이 먼저 인사를 한다.
김태정 박사와 함께 야생화를 연구한다는 분을 만나 저 꽃의 신분을 확인했다.
나도 지금까지 저 녀석이 꿩의바람꽃인줄 알았는데... 내가 아는 게 전부인줄 알고 깝죽댔으니...
허벅지까지 빠지던 눈이 2~3일 사이에 이렇게 녹았다.
허망한 것이 봄눈이라, 허망한 것이 인연이라. 세상에 믿을 사람 많지 않으니 봄눈에 환호작약할 일만도 아니다.
너도바람꽃이 초췌하게 스러지고 있다.
며칠 있으면 얼레지도 피겠다.
눈 때문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지산 상운산의 골격이 멋지다.
꿀복근에다 이두박근 삼두박근의 육체미가 넘친다.
얘들은 삐졌나? 왜 이렇게 등 돌리고 있으까?
마타하리가 한국으로 잠입했다는 첩보가 있었는데... 바로 이 여인 ^^*
수많은 진사님들이 눈독을 들였을 저 매화, 기어이 나도 찍고 마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분위기의 사진을 좋아한다.
드넓은 자연 속에 동화된 인간의 모습. 자연에 대한 경외가 느껴지는...
이런 사진도 좋아한다. 웃음을 유발하는 즐거운 눈요기깜.
삼척 해신당공원에 있는 것처럼 인공적인 것이 아니고 자연산이라 리얼리티가 넘친다.
고헌산 정상의 여인천하. 천하무적에 가까운...
한실 은행나무집의 아름다운 봄밤.
매화 꽃잎은 바람에 난분분.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르고 마신 차에는 봄 향기가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