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좋은 건 호박 밖에 없다지만, 고목처럼 아름다운 게 또 있을라구.

길 가다 우뚝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에게 다가가 물어본다. 수백년 긴 세월을 어떻게 견뎠냐고.

 기껏 백년, 애증에 휘둘리다 덧없이 돌아가는 인간보다 나무의 생이 더 멋지지 않은가?

 

 

 

 

황금갑옷을 떨쳐입은 은행나무를 만났다.

가을 철부지들은 나무에게 매달리고 업히고 드러눕고 안고 뒹굴었다.

길 가다 그 모습을 본 진사님들이 차를 멈추고 급히 기관단총을 꺼내 철부지들 곁으로 왔다.

"모델 좀 해주이소. 사진하는 분들이니 우리 심정 잘 아실 거 아입니꺼?"

 

 

 

 

별이 하늘에만 있는 건 아니지. 내 마음에, 그대 눈에, 우리들 심상에 늘 명멸하는 것!

오늘 내 눈에는 플라터너스 마지막 잎새 몇 장이 별로 뜨네.

 

 

<사진 : 금사매님>

 

 

임고초등학교 운동장 저 나무들

가지마다 쏴아쏴아 비 바람에 몸 섞는 소리

그 아래 앉아 맑고 싱그러운 저 경전을 들어봐라(중략)

잎사귀마다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소리 덕지덕지 껍질 속 나이테처럼 똬리 트네

(임고초등 졸업생 정태일 시인 )

 

 

 

 

도심 학교에는 이런 운동장이 없다. 문득 지리산 자락에 있던 가랑잎국민학교가 생각난다.

가을이면 산골 오지의 분교가 온통 낙엽으로 뒤덮였던, 취재 기자가 그 정경을 보고 이름 지었다는....

여고시절, 대원사 자락과 가랑잎국민학교는 우리들의 낭만적인 가을 여행지였다.

 

 

 

 

국내 유일의 한옥교회. 가지런한 신발에 신자들의 마음가짐이 보이는 듯.

 

 

 

 

낡은 종탑이여, 다시 종소리를 들려다오!

한국 기독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자천교회의 가을.

 

 

 

 

물 웅덩이에 비친 십자가에 두 손 모은 저 분께 신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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