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한가운데 탑 하나 서 있다. 도로에서 너무 멀어 아무도 찾지 않는 삼층석탑.

때로는 내가 저 탑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길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게 아닌가. 다가가기엔 너무 먼 존재가 아닌가.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있을 뿐이다

<오세영 '시월' 중에서>

 

 

 

 

가을 들판을 찾아나섰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정처없이 나선 길이라 더 그랬을까?

내일 아리랑릿지를 다녀와 사진을 보충할 예정... ^^*

 

  

 

 

어느새 단풍이 중턱까지 내려온 신불산. 내가 없어도 너는 벌써 발그레 달아올랐구나!

 

 

 

 

산친구 등자도 이 코스는 안 와봤다네. 바위꾼들만 다니는 데라 와볼 생각을 안했다나?

하늘금을 이룬 영축산 정상, 그 아래 에베로릿지, 바로 옆 탈라이릿지. 신불산을 대표하는 암릉구간.

 

 

 

 

 

 

 

 

내가 추락을 경험한 곳이 저기 어디쯤일 게다.

확보했던 돌이 빠지면서 추락했는데 천길 낭떠러지 소나무 위에 얹혀 있었다.

사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났고, 일행들은 손쓸 틈이 없었다. 명도 길재. 우째 저런 데서 살아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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