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밤 늦도록 길 위에 있었다.
야생화 보러 먼 길을 갔는데, 수많은 꽃 이름을 들었는데, 자고 나니 아무 것도 기억에 없다.
물 가에 핀 저 까실쑥부쟁이만 머리 속에 명징하게 남아있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꽃 이름 제법 많이 안다는 소릴 듣는데, 꽃쟁이들 앞에 가니 그먀말로 '깨갱~'
연보라색 솔체가 군데군데 피어있는 대덕산 자락, 한 달만에 다시 와본 그 계곡엔 물매화가 애기 젖꼭지만큼 부풀어있다.
충북과 강원도를 넘나들며 야생화 탐사를 즐기는 꽃쟁이들.
저 노랑투구꽃처럼 희귀한 사람들 아닌가? 당췌 꽃이 뭐길래 그 먼길을, 그 많은 시간을, 꽃 앞에 퍽 엎어질꼬?
호박잎 사이로 얼굴 살짝 내민 쥐손이풀. 그래도 너와는 안면 튼 지 오래네. 방가 방가 ^^*
이름이 좀 억울한 자주진범. 공범보다 진범이 더 억울할까?
흰진범보다 자주진범이 예쁘다. 역시 보라 계열이 신비로운듯.
뭐니뭐니해도 제일 반가운 건 길에서 만나는 촌 사람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농부님! 당신이 세상의 주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애기앉은부채. 개울 건너 젖은 숲 속에 얌전히도 앉아 있었다.
개버무리, 이 녀석도 이름이 좀 억울하겠다.
하기사, 세상에 억울한 일 한둘일까. 이름 따위 누명은 언제든지 벗어던질 수 있는데 뭘~
남방부전나비, 거미줄보다 가늘은 더듬이로 뭘 찾고 있을까?
phoo by : 석영신
세로 사진을 좋아하는 지우당 모자 위에 잠자리 한 마리 앉았다.
뽀샤시 처리를 좀 했더니 실물보다 훨 낫네. 원판불변의 법칙은 옛날 얘기지. 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