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가 몰려오는 함백산 정상에서 한 남자가 신들린듯 주문을 외고 있다.
거대한 자연 앞에 도취되어 스스로의 신(神)에 이른 저 남자.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신에 이른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강원도 출사의 마침표를 찍는다.
5시간 이상 달려간 길, 해발 1,500고지의 서늘한 공기 속에 핀 꽃들보다 이런 풍경 하나가 마음에 든다.
물 가에 핀 왜솜다리.
빛 들기를 기다렸다가 보케를 만들어 찍느라 허리 아파 죽을 뻔.
이 짓(?)을 몇 년이나 해먹겠노 ㅠ.ㅠ
큰고깔제비꽃, 오늘 배운 꽃 이름.
아직 배워야 할 꽃 이름이 많음에 감사~
병아리풀.
오늘 '이름 모를 꽃'으로부터 벗어난...
난생 처음 본 금꿩의다리 흰색.
발은 물에 빠지고, 숲모기는 피부에 달라붙고...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화려하게 핀 금꿩의다리.
늘씬한 쳐녀들이 프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람꽃만큼 이쁜 꽃이 또 있을라구.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위안을 주는 것도 사람 아닌가.
만남은 하늘의 몫, 관계는 인간의 몫..... 아름다운 관계를 위해 정성을 쏟을 일이다.
만항재는 여전히 서늘하고 아름다웠다.
평창, 정선, 태백... 강원도의 고개를 몇 개나 넘었는지...
30미터 앞이 안 보이는 안개 속에서 생사(生死)를 같이한 꽃친구들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