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궂어 손님은 없고... 낡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친 저 아낙.
한쪽 발을 허벅지에 척 걸치고 입 가엔 미소까지 걸쳤다. 건천 5일장.
운무 자우룩한 오봉산(685m)을 올랐다. 건천시장에서 10분이면 들머리.
어제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불어 차 바퀴가 반쯤 빠졌다. 비가 더 내리면 하산할 때 어쩌지?
미리 걱정할 거 뭐 있노. 일단 건너고 보는 거지 뭐. 하늘이 내 편일 거라고 믿어보는 거야!
비 안개 걷히고 해가 나오면서 지면의 수분이 증발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땅의 기운이 하늘로 승천하는 순간을 담아보려고 버벅대느라 등산화는 흙투성이가 됐다.
해마다 산딸기 따러 오봉산을 누비곤 했다. 오래전 산딸기를 재배하던 곳이 지금은 고냉지 채소밭으로 변했지만.
여근곡 쪽에서 들머리를 잡아 주사암까지 다녀오는 경우가 일반적인 코스.
버려진 목장터에 먼 그리움인듯 해바라기만 목을 빼고.
무꽃 너머 주사암 능선이 아스라하다.
한 잎 한 잎 가을로 가고 있네. 너만 가는 게 아니고 나도 가고 있다니까!!!
고추 말리는 풍경이 좋아서 카메라 들이댔다가 혼날 뻔했네.
농산물 도둑이 설쳐대니 마당에 고추를 널어놓고 村老들은 근처에서 망을 본다.
카메라 배낭에 고추 쓸어담아 도망갈까봐 꽥 소리를 지르는 통에 혼비백산했다.
무서워라, 세상 인심이여!!! (8/21 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