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신 원로시인 k님과 처음 여길 왔었다. 그때가 아마 동짓날 근처였던가.
감실 때문에 항상 목 아래만 햇볕이 드는 이 불상이 태양이 가장 낮게 비추는 동짓날에는 얼굴까지 햇볕이 든다고 했다.
동짓날 오전 11시부터 딱 30분간 감실불상 얼굴에 햇살이 비춘다고.
어느 일본 사람이 이 감실부처에 반해 달밤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웠다는 일화가 있어 유명해진 곳.
어찌 보면 근심 걱정 많은 우리네 어머니들 같고, 어찌보면 성모 마리아 같은...
평상시 이 불상을 보면 세상 모든 근심걱정을 다 가진 것 같이 보인다.
어둡고 축축한 감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세상사 모든 번뇌와 싸우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다.
동짓날, 세상의 해가 가장 짧고 어둠이 가장 긴 날 모든 그늘진 마음을 위무라도 하듯 선인들은 이날에 맞춰 햇볕을 초대했나 보다.
이 기막힌 천지 합동공연에 그만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글, 사진 : 정재학 '햇살 머금은 미소' 중에서)
경주 남산의 불교 유적들을 사진에 담는 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주마간산 보고 지나쳤던 불상 하나하나에 의미를 새겨본다.
남산의 석불 중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보리사 석불좌상
신라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미타불의 은은한 미소가 일품이다.
꽃밭에 미칠 시간이 돌아왔다. 미친다 = Me 親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그 순간의 몰두가 無念 無想이다. 아무 생각없는 그 순간이 천국이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 어머니 좋아라고 /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 산자락에 휘감겨 / 숲길 짙어지자/ 아이고머니나 /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 구경 꽃구경 눈감아버리더니 /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장사익 노래 '꽃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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