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를 예상하고 새벽 출사를 서둘렀지만 내심 기대를 접었다.
코가 알싸하게 추워야 하는데 날씨가 미지근한 것이 물안개를 영접하기는 글렀다.
언양을 막 벗어날 무렵 앞서 가던 차량이 도로에 떨어진 장애물을 치어 바퀴가 찢어지고 말았다.
우리 차는 장애물을 피하느라 심하게 요동쳤지만 다행히 바퀴는 무사했다.
사고 차량을 갓길에 두고 다시 울산으로 돌아가 차 한대를 더 가져오느라 한 시간 넘게 지체했다.
별 궤적과 여명을 담지 못한 것이 억울한 게 아니라 내 차를 가져가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으니 얼마나 내가 간사한가?
출발할 때 K가 내 차를 갖고 갔으면 하길래 '지원자가 없으면 내 차 갖고 가지 뭐~' 했으니.
나이들수록 비겁해지고 옹졸해지는 심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새벽길에 나서는 일도 이젠 겁이 난다.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거금 7만원짜리 발열쪼끼를 사 입고 출사에 나섰지만 손가락 시린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새벽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게 어디냐. 서리 맞은 논둑길에서 미끄러져 엎어지기도 했지만 아픈줄도 모르겠더라.
추위에 경직된 근육들이 마음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아서라, 이제 새벽출사는 사양할란다. 내 주제에 무슨 대작을 담겠다고 ㅎ
아침 노을이 비낀 물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
<외로움은 지극히 개별적인 것이어서 외로움이 보편적이라는 사실로 위안이 되지 않는다. >
주남돌다리(새다리)
어느 봄날 여기서 참 행복한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이 지금은 서로 등을 등을 지고 살아간다. 저 다리처럼 견고한 믿음이 없었던 걸까?
죽자사자 붙어지내는 사람도 없지만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도 없으니 나는 인간관계에 성공한 걸까?
날아가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지 말 것.
11월 12일 삼랑진 만어사
10월 11일 금오산 약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