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를 이어주는 법칙은 놀랄 만큼 정확하고 빈틈이 없다.

걱정과 근심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늘 걱정 근심거리만 생긴다.

그러나 희망에 넘치고 신념에 차 있는 마음은 희망과 신념에 찬 우주의 기운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인다.

비관과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낙관과 희망은 건전한 삶에 이르는 재기의 통로다.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죽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시도요 실험 아닌가.

걱정 근심을 미리 가불해 쓰지 말고,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모든 어려움을 능히 이겨낼 수 있다. <법정스님>

 

 

 

 

 

 

 

해안 절벽 사이에 피어난 참나리를 보며 문정희의 '치마'가 떠올랐다.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문정희 시인의 '치마'>

 

위 시를 보고 임보 시인은 답시를 썼다.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임보 시인의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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