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스마트시대를 살면서도 사람들의 의식은 가끔 고대나 중세로 회귀한다.
나라가 어려우면 대통령(왕)에게 탓을 돌리고
혼사가 닥치면 조상 때 쓰던 허례허식을 찾아 섬기며
초라하게 살아도 '양반'이라는 자존심은 굽히지 않는다.
양반 중에는 진짜 양반도 있고 가짜 양반도 있다.
조상 잘 만나 핏줄만 양반인 사람도 있고, 안팎이 골고루 양반인 사람, 졸부로 양반을 산 사람도 있다.
핏줄만 양반인 사람일수록 집안 자랑에 핏대를 세우고, 졸부 양반일수록 돈자랑이 심하다.
동행한 Y님의 일화 한 토막.
"옛날 우리 조상이 살던 기와집이 있었는데 가세가 기울어 팔게 생겼거든
근데, 그 집을 우리집에서 종살이했던 사람이 사겠다고 나섰지 뭐야.
큰오빠가 펄쩍 뛰면서 남에게 팔면 팔았지 절대 종에게는 그 집을 팔 수 없다는 거야.
결국 오빠는 집값을 수천만원 더 불러 종살이하던 사람이 그 집을 포기하도록 만들었지."
문익점의 후손들이 사는 남평문씨 세거지.
마을을 둘러싼 탱자나무 울타리와 높은 담장, 그들이 지키고 싶은 건 과연 무엇일까?
살아오면서 늘 마음에 새겼던 것일까, 아니면 다 살아본 끝에 깨달은 생각일까.
유명인, 특히 정치인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문희갑 = 전 대구시장)
사랑을 잃고 상심하여 가을 산에 드니
나 하나의 상실 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나무들은 여름내 푸른 수의(囚衣) 물들여
황금 어의(御衣)를 걸쳤으나
그마저 미련 없이 떨구고,
‘고승이 되었다가 고승마저 버린 사람’ 앞에서
처연히 깨닫는다
더 이상 잃어버릴 건
‘아무 것도 있고 아무 것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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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
얻었다 한들 본래 있던 것 <반칠환>
<마비정마을 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