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회사에서 '자기계발휴가'라는 명목으로 연월차를 사용하란다.

현대호텔 숙식권을 줄테니 경주, 경포대, 목포현대호텔 중에 하나를 골라잡으라나?

추석 단대목에 본의 아니게 떠나게 된 여행-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마침 광주에 사는 친구도 만날 겸 남도로 가을맞이를 가보기로 했다.

(증심사 입구에서 친구를 만나 반가운 포옹. 절집 입구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친구는 남편 퇴직 후 고향에서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차 생활을 즐기는 그녀답게 휴대용 다구를 준비해와 풀밭에 펼쳐놓는다.

(잘 익은 황차를 우려내 마시며, 무등산 증심사.)

 

 

 

 

 

배롱나무에 걸린 연등이 특이한 화순 만연사.

절집 담장을 넘어온 보살들의 왁자한 말다툼 소리에 놀라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삼천배를 백번 해본들 무슨 소용. 교육으로도 종교로도 바꿀 수 없는 게 본성이라 카이~

 

 

 

 

 

90년도 중반쯤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좋았다-  운주사.

천불천탑은 모두 어디로 가고 오갈데 없는 불상만 산 기슭에 우두커니 서 있다.

 

 

 

 

 

목포 현대호텔에 묵기로 했으니 유달산 정도는 가봐야하지 않겠나.

저물녘 조각공원에서 보는 목포 시가지는 다른 도시에 비해 별로 많이 변하지 않았다.

홀대받아온 역사가 느껴진다. 남해고속도로 타고 광양만 지나면 교통량이 확 줄어들지 않던가. (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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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은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월출산 등반 계획을 접고 진도로 말 고삐를 당겨 울돌목의 물살을 보고 운림산방으로 향했다.

조선 남화의 대가 소치 허련선생이 말년에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는 운림산방은 살아있는 미술관이다.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는 것 같았다는데....

잘 관리된 건물과 대가들의 작품이 걸린 전시실은 진도의 자부심이 될만도 하겠다.

 

 

 

 

운림산방은 일가 직계 5대에 걸쳐 9인의 화가를 배출한​ 화맥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가문의 영광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이렸다.

 

 

 

 

 

소치 선생의 생가는 지붕갈이가 한창이다.

인부들도 나도 날을 잘못 잡은 것이다.

살다보면 그런 날 흔하다. 천둥 벼락만 없어도 어디냐? ㅎㅎ

 

 

 

 

 

울돌목의 이순신 장군은 왠지 수심이 깊어보인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기까지 그의 고뇌는 얼마나 깊었을 것인가.

휘돌아 감아 회오리치는 거친 물살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던 울돌목의 아침.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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