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의 중심에 앉아있는 인왕산을 친구 덕분에 만만하게 보고 걸었다.

이십여년 전, 처음 서울에 올라와 옥인동에 살았다는 친구는 수성동계곡(사진)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다.

사진 속의 저 다리는 겸재 정선의 수채화에 나오는 기린교로 300년도 넘은 돌다리라네.

 

북악산을 중심으로 좌청룡(낙산) 우백호(인왕산)를 이루며 능선따라 성곽이 이어지며 경치가 아름다운 이 일대는

조선시대 산수화에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유명하다고.

진경산수화의 진수로 알려진 인왕제색도는 벗을 먼저 보낸 정선의 먹먹함과 그리움을 가득 머금고 있다(고 들었다.)

 정선에게는 어려서부터 동문수학하며 우정을 나누던 친구(이병연)가 있었는데

정선이 그림을 그리면 이병연이 시를 적어주었다고 한다.

자신을 알아주는 벗이 있었기에 더없이 행복했을 두 사람. 먼저 간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더 아프지 않았을까.

 

 

 

 

 

인왕산 자락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구석구석 도시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들로 손님을 부르는 예쁜 카페와 갤러리들.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들마다 시골집의 가을 풍경을 연상했으리라.

 

 

 

 

 

북악산 성곽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카페에서 부끄럽지만 커피값 때문에 마음이 상해 그냥 나왔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이 7천원이라니, 너무하잖나? 내가 친구들에게 그냥 나가자고 했다.

두어 시간 앉았다 가면 몰라도 잠시 차 한잔 마시기엔 자리값이 너무 비싸지 않은가?

확실히 나는 촌년인갑다 ㅎ

 

 

 

 

 

가을길 걸어가는 그대 뒷모습, 그윽하기도 하여라.

 

 

수성동계곡에서 인왕산 자락길로 걸어나가면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윤동주문학관.

창의문 아래 그 유명한 자하손만두까지 먹고 백사실계곡까지 내려갔다.

백사 이항복의 별장터는 물이 바싹 말라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백석동천에 대한 동경은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ㅎ

 

 

 

 

 

얘, 왠 근심이 그리 많니?

니 얼굴을 보니 내 얼굴도 그런가 싶어 간이 뜨끔하다 얘.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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