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무의식중에 밝은 곳을 먼저 보고, 큰 것을 먼저 본다.
화려한 것을 먼저 보고 빛나는 것을 먼저 본다.
남이섬의 가을은 밝고 화려하고 빛나는 것들로 넘쳤다.
그러나 그 빛나는 것들의 이면에는 버려진 것들도 많았다.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하는.
호수에 돌을 던져보았다.
낮은 물은 흙탕물이 되지만 깊은 물은 잠시 파장이 일었다가 이내 고요해진다.
작은 물고기들은 놀라 물 표면에서 움직이지만, 큰 물고기들은 깊은 물 속에서 요동치지 않는다.
살다가 돌을 맞거든 깊은 물처럼, 큰 물고기처럼 살아갈 일이다.
<편석환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