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이병률

 

받을 돈이 있다는 친구를 따라 기차를 탔다

눈이 내려 철길은 지고 없었다

친구가 순댓국집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밖에서 눈을 맞았다

무슨 돈이길래 받으러 문산까지 와야 했냐고 묻는 것도 잊었다

친구는 돈이 없는 사람에게 큰 소리를 치는 것 같았다

소주나 한잔하고 가자며 친구는 들어오라고 했다

몸이 불편한 사내와 몸이 더 불편한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으며 불쑥 친구는 그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들은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고 친구는 그러니 다행이라고 말했던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언 반찬그릇이 스르르 미끌어졌다

흘끔흘끔 부부를 바라볼수록 한기가 몰려와 나는 몸을 돌려 눈 내리는 삼거리 쪽을 바라보았다

눈을 맞은 사람들은 까칠해 보였으며 헐어보였다

친구는 받지 않겠다는 돈을 한사코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며 그 집을 나섰다

눈 내리는 한적한 길에서서 나란히 오줌을 누며 애써 먼 곳을 보려했지만 먼 곳은 보이지 않았다

요란한 눈발 속에서 홍시만 한 붉은 무게가 그의 가슴에도 맺혔는지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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