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바람이 코끝에 다가와 정신이 바짝 드는 겨울이다.
아침이면 서릿발에 얼어붙은 잔디가 화살촉처럼 은빛 날을 세우고, 앞산의 숲은 고적하게 야위었다.
겨울이면 비로소 드러나는 가난한 숲.
그 소슬한 풍경 사이로 밤이면 별들이 들꽃처럼 피어난다. 그지없이 평화롭다.

겨울은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자궁이다.
봄 여름 가을을 살 수 있도록 원동력을 기르고 싹을 틔우는 터전이다.
인생에서도 힘겹고 추운 겨울을 만날 때가 있다. 지독한 한파와 맞닥뜨려 어려움에 부닥치기도 한다.
추위에 힘들어도 겨울을 견뎌야 하는 것은 다시 꽃피워야 할 싹을 키우기 위함이다.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일어날 힘을 단련하면서
견딜만한 가치가 있음을 속삭인다. 겨울은.

<김종걸 '어느 겨울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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