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 / 김승희
사랑은 머리위로 떨어지는 칼
손으로 잡으면 늘 다치는 것
사랑은 가슴 위로 떨어지는 피
피하려고 해도 꼭 적시는 것
세상은 온통 배롱나무 꽃 천지
지금은 꽃의 피가
사방 공기에 다 물들었다
앞으로 갈 길에는 주유소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
기름이 거의 떨어져 가는데
다음 주유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여기서부터다
주유소가 안 나오면
꽃의 피로 가야지
못 박힌 자리에서 쏟아지는 피
오른편 심장 하나 구하려고 배롱나무 꽃 그늘에

표충사까지 집에서 한 시간 남짓.
해마다 배롱나무 꽃을 보러 간다.
올해는 꽃보다 김승희의 시에 반했다.
어떤 절실함이 이런 시를 쓰게 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