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박완서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나고 싶을때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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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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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이 사진을 지인에게 보냈더니 "서울에도 이런 데가 있어요?"한다.

성냥갑 같은 건물만 빼곡 들어선 듯한 서울 이미지에 이런 풍경은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다.

몽촌토성을 둘러싼 해자와 올림픽공원 일대는 이 동네 집값을 올려놓을만했겠다. 깔끔하고 여유롭고 아름답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와 나무 그늘에서 독서를 즐기는 노인.  건너편 벤치에는 하염없이 세월을 죽이는 노인.

어떻게 늙어가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곱게 물들어 갈 것이냐, 초라하게 시들어 갈 것이냐.

 

 

 

 

 

 

 

 

 

유유자적 혼자 서울을 즐기는 기분이라니!

훔쳐 먹는 사과처럼 가슴은 콩닥거려도 맛은 더 달콤했다.

 

 

 

 

몽촌토성을 한 바퀴 돌면서 아파트 건물 사이로 와락 다가온 인수봉에 깜짝 놀랐다는-

(7/4 올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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