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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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이 사진을 지인에게 보냈더니 "서울에도 이런 데가 있어요?"한다.

성냥갑 같은 건물만 빼곡 들어선 듯한 서울 이미지에 이런 풍경은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다.

몽촌토성을 둘러싼 해자와 올림픽공원 일대는 이 동네 집값을 올려놓을만했겠다. 깔끔하고 여유롭고 아름답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와 나무 그늘에서 독서를 즐기는 노인.  건너편 벤치에는 하염없이 세월을 죽이는 노인.

어떻게 늙어가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곱게 물들어 갈 것이냐, 초라하게 시들어 갈 것이냐.

 

 

 

 

 

 

 

 

 

유유자적 혼자 서울을 즐기는 기분이라니!

훔쳐 먹는 사과처럼 가슴은 콩닥거려도 맛은 더 달콤했다.

 

 

 

 

몽촌토성을 한 바퀴 돌면서 아파트 건물 사이로 와락 다가온 인수봉에 깜짝 놀랐다는-

(7/4 올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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