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익힌 게 얼마나 고마운지, 가끔 돌아가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나를 문맹에서 구해준 제도권 교육과 문학적 감수성에 늘 감사한다.

 뜻 깊은 문장이나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나면 새록새록 그런 생각이 든다

양안시력 1.0을 유지한 덕분에 나는 요즘도 맨눈으로 신문을 보고 책을 읽는다.

최근 성석제의 소설 '투명인간'을 읽고 한글을 깨친 게 또 한번 고마웠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책도 있지만

'투명인간'속의 이야기는 내가 지나온 세월이 세밀화처럼 묘사되어 놀라웠다. 

이 소설은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스토리로

1960~70년대 가난하고 식구 많은 집 속사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개인사를 통해 한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치는 소설은 많지만 성석제의 소설은 특별하다.

작중 화자의 시점이 수시로 바뀌는 독특한 구성부터 독자를 긴장시키더니

나를 잠재우지 않고 달려가던 필력과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껴지던 짠한 감정까지

아, 난 여태 이런 형식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간만에 좋은 소설 읽었다.

나의 시력에, 나의 문해력에, 나의 감수성에 감사!

 

 

 

 

 

'牛溲馬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초 기도  (43) 2024.02.26
유쾌한 명절  (21) 2024.02.09
주전  (40) 2024.01.18
겨울 아침  (33) 2024.01.16
새벽시장  (35) 2024.01.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