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익힌 게 얼마나 고마운지, 가끔 돌아가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나를 문맹에서 구해준 제도권 교육과 문학적 감수성에 늘 감사한다.
뜻 깊은 문장이나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나면 새록새록 그런 생각이 든다
양안시력 1.0을 유지한 덕분에 나는 요즘도 맨눈으로 신문을 보고 책을 읽는다.
최근 성석제의 소설 '투명인간'을 읽고 한글을 깨친 게 또 한번 고마웠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책도 있지만
'투명인간'속의 이야기는 내가 지나온 세월이 세밀화처럼 묘사되어 놀라웠다.
이 소설은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스토리로
1960~70년대 가난하고 식구 많은 집 속사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개인사를 통해 한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치는 소설은 많지만 성석제의 소설은 특별하다.
작중 화자의 시점이 수시로 바뀌는 독특한 구성부터 독자를 긴장시키더니
나를 잠재우지 않고 달려가던 필력과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껴지던 짠한 감정까지
아, 난 여태 이런 형식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간만에 좋은 소설 읽었다.
나의 시력에, 나의 문해력에, 나의 감수성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