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현무암 탑으로 제주 불탑사에 남아있는 5층 석탑.
깔끔한 돌담과 팽나무에 둘러싸여 그윽하고 아름답다.
현무암 특유의 구멍이 숭숭 뚫린 돌이 투박하고도 멋스럽다.
특이하게도 기단석에 새겨진 문양이 태아가 웅크린 모습인데
그 연유는 이 탑의 건립 동기와 연관이 있지 싶다.
고려의 공녀로 원라라에 보내졌다가 황후에 오른 기황후는
태자를 얻기 위해 고민하다 꿈에 나타난 스님이 점지해준 터를 찾게되는데
그 자리에 '원당사'라는 절과 오충석탑을 세우고 기도한 뒤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세번의 전란을 겪으며 절은 완전히 무너졌으나 탑은 원형대로 남아있었다.
석탑을 복원하고 그 자리에 오늘날의 불탑사를 지은 것이다.
제주는 예로부터 '절 오백, 당 오백'이라 할 정도로 절과 당이 많았다.
화산토로 이루어진 땅에 농사짓기도 어려웠던 시절,
처절한 생존을 위해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조계종 불탑사와 태고종 원당사, 그리고 천태종 문강사가 사이좋게 자리잡은 모습이 이채로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