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건질라꼬 울~~~매나 고생을 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때죽나무 숲을 헤매고 있는데 하루살이들은 왜 그렇게 눈에 달라붙는지.
파인더에서 눈만 떼면 잽싸게 달라붙는 놈들과 눈물겨운 전투를 벌였다.
5월의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때죽나무 꽃은 모양도 향기도 추억도 아름답다.
어제 내린 비로 조롱조롱 가지에 매달렸던 꽃들이 땅 위로 혹은 물 위로 자리를 옮겨 피어있다.
어제 과도한 가사노동을 생각해서 하루 푹 쉬려고 했는데 아침에 하늘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진수야, 엄마가 이제 늙어서 일도 몬 하겠다. 니는 엄마 아부지 제사 지내지 마라. 귀신이 오데 있노, 죽으면 끝인기라."
에미라는 것이 아들에게 가르치는 게 이 따위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시부모 제사는 물려받은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죽고나면 제사 따위는 싹 없애버리라 할 것이다.
"제사 그까짓 거 얻어먹으러 이승에 얼쩡거리겠나? 아서라, 나는 한 번 가면 절대 안 온다!"
남편도 기꺼이 내 편이다. 이럴 때는 부창부수, 정말 마음에 든다.
카메라 수리가 끝났다는 전갈을 받았으니 그거 찾아서 폭포를 찍으러 가볼까. 어제 비 왔으니 물이 엄청날거야!
백화점에 주차하고 A/S센터로 내려가다가 깨달았다. 열쇠를 꽂아놓고 차에서 내렸다는 걸.
긴급출동 불러놓고 카메라를 찾아 밧데리를 끼우니 '메모리가 없습니다' 친절하게 안내한다. 아~ %$#@^!&
다시 집에 들어와 메모리 끼우고 나갈 때까지 1시간 이상 허비했다. 아이구, 이 털파리. 덜렁이...
파래소폭포도 혈수용폭포도 너무 늦었다. 아쉬운대로 상계폭포 쪽으로 가보자.
폭포를 보기도 전에 때죽나무 꽃에 홀려 정신이 몽롱하다.
가지가 처질 정도로 꽃을 매달고 있던 나무는 어젯밤 비에 후두둑 꽃비를 뿌려놓았다.
모델이 너무 많아서 교통정리가 안 될 지경, 테스트 샷을 날리고 있는데 건너편 계곡에 세 남녀가 자리를 편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열심히 쏜다. 서서 쏴, 쪼그려 쏴, 털퍼덕 쏴, 우러러 쏴...
하루살인지 날파린지 눈을 파먹을듯이 달라드는 걸 쫓아가며 열중하고 있는데 문득 날아온 한 마디.
"아지매, 술 한 잔 할라요? 혼자 뭔 재미로 여기 왔능교? 사진 고만 찍고 일로 오소!"
낮술에 붉어진 얼굴로 화투패를 돌리며 헤롱거린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지나 내나 젊지도 않구만...
셔터우선 모드로 폭포를 찍어본다. 1/30, 1/20초, 1/10초 ... 숨을 멈추고 샷!
삼각대를 차에 두고 내려왔으니 기본자세가 안된 걸 증명한 셈.
아슬아슬한 모델과 사투를 벌인다. 미끄러졌다 하면 저승인데 ㅎ
거미줄에 걸린 꽃 한 송이가, 물 위에 떠가는 꽃들이 애잔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5월의 숲.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