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이게 아니고 그럼 뭔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나, 어떤 운명이 나를 이리로 끌고 왔나. 대체 나는 누구일까?
프로이드의 방어기제를 비롯해 심리 관련 책을 몇 권씩 읽었는데도 시원하게 내 속을 알 수 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볼까?
나를 이해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성격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성격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좋은 성격은 좋은 운명을 만들고, 나쁜 성격은 나쁜 운명을 만든다고.
좋은 운명이란 무엇일까? 객관적으로 행복해 보이는 것? 아니면 스스로 만족하는 삶?
우리는 자신에게보다 남에게 행복해 보이기를 더 원하는 건 아닐까?
MBTI 성격 유형 검사와 에니어그램 심리 검사에서 나는 ENTP(발명가형)와 8번 보스형으로 나왔다.
인간관계 유형을 알아보는 에고그램이나 타로카드, 사주팔자까지 뒤져봤더니
내 운명이 얼마나 고독한지 감이 잡혔다. 고독? 그거 좋지. 언제나 옆구리에 끼고 사는 건데 뭐.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내가 불러들인 것이므로 내가 그 속에서 놀고 즐긴다.
독특한 발명가형에다 보스기질의 성격을 콘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싶다.
그러나 상대에 따라 빛나는 발명가가 될 수도, 우울한 보스가 될 수도 있다.
단단한 쇠붙이가 불에 녹듯이 기질이 강한 사람도 상대를 잘 만나면 쉽게 녹을 수 있다.
쇠는 두들기는 것보다 불에 녹여야 잘 변한다.
기가 강한 사람을 꺾기보다는 그 기를 받으려고 생각한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인데(심지어 남편과도!)
내가 상대방의 성격 심리검사를 해볼 수도 없고 해서 요즘은 타로카드를 많이 사용한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나에게서 찾기 위해 성격검사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기 위해 타로카드를 선택했다.
타로는 10장의 캘틱크로스보다 5장의 관계카드로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편이다.
펼쳐진 카드에서 느껴지는 직감과 카드의 상징어를 연결해본다.
나와 남편은 어떻게 될까? K는 나에게 어떤 마음일까? 나는 G에게 어떤 사람일까?
어떤 날은 78장의 타로카드를 잡고 새벽 3시까지 앉아있기도 한다.
타로는 점술이라기보다 내면을 읽어내는 도구다. 질문자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 사람은 내게 마음의 문을 닫았구나 하고 느껴지면 나도 마음을 접고 싶고
새로운 인연이 다가오면 마음의 준비를 하게된다. 내 판단이 옳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내 직관을 믿고 싶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끌려 다니는 것은 인간관계도, 삶도 피곤한 일이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자신이 없을 때 타로카드를 펼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사연을 타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 있나?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