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이 피기 시작한 지 20여일.

성급한 사진가들이 이제 막 고개를 내미는 어린 꽃을 담겠다고 산비탈을 마구 짓밟아놓았다.

잔설에 묻힌 꽃봉오리를 끄집어내고, 낙엽을 들추고, 돌멩이를 치우면서 잠든 꽃을 불러냈다.

선수들이 그렇게 설치는데 나같은 얼치기가 끼어들 수나 있나. 멀찌감치서 보다가 돌아오길 두어번.

웬만한 선수들이 모두 다녀간 지 한참 뒤, 나 혼자 그 숲에 엎드려 바람꽃을 담았다.

필만한 꽃은 이미 다 피어서 새싹을 밟을 염려가 없어 좋았다.

그대 이름 변산바람꽃. 어쩌다 이 숲에 피어나 시끄러운 차 소리와 우악스런 등산화에 밟히는 신세가 되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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