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워어~ 우워어~~~"

어미 잃은 송아지 울음이랄까, 방어진으로 회유하는 귀신고래 울음이랄까

해무가 짙은 날엔 바다를 향해 울려퍼지는 무적소리가 슬프다. 무슨 한이 맺혀 저리도 깊은 울음을 토하는 걸까.

 

 

 

 

밤새 무적소리에 잠을 설친 아침, 카메라를 챙겨 대왕암을 보러 간다.

바다에서 육지로 진군하던 해무는 도시를 삼키고 침묵하다가 한순간 증발해버린다.

안개 속에서 배를 인도하는 무적이여, 내 인생의 장애물에도 그 소릴 들려줄 순 없는지.

 

 

 

 

7월이 오면 /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 행려승의 밀짚모자에살짝 앉아 쉬는 /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 쏟아지는 땡볕 아래 / 서 있고 싶다.  <손광세 / '땡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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