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를 생각하며 오랑대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았다.
두터운 구름층을 벗어나 기어이 해는 떠오르고...
저 많은 사람들은 가슴 속에 무슨 소원을, 꿈을, 희망을 품고 있을까.
먹구름 속에서 밍기적대며 떠오르지 않던 해가 간신히 얼굴을 내밀듯, 인생사 고난 속에서도 낙이 있다는 걸 믿는 게지.
5대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으며 신년초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적으로 성공할 수만 있다면 개인사(個人史)는 얼마든지 불행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인생에 공짜 점심은 없는 거라고, 나는 젊은 나이에도 자신의 분수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 나 혼자 분에 넘치는 행복을 다 누릴 수 있겠나.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댓가라도 치러야 하지 않겠나...
오랑대는 일출 명소로 알려진 곳으로 유배온 선비들의 음주가무장었는데 샤머니즘 분위기의 '굿당'이 모셔져 있다.
감기한테 휘둘리지 않으려고 밤새 뜨거운 물을 세 주전자나 마셨더니 다리가 휘청거렸다.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들. 만인 앞에 당당한 사랑이여, 아름다워라!
새해 첫날 출조를 나온 저 남자. 그에게 대어(大魚)의 꿈은 가정의 행복과 맞바꿔도 좋을만한 것일까.
가끔은 본말(本末)이 전도된 꿈 속을 헤매는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때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