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신호가 왔었지. 끊어질 듯 아플 때도 있었고, 눈앞이 아찔할 때도 있었어.
그래도 모른 척하며 살았네. 아는 척하면 더 아플 것 같아 일부러 무시하기도 했어.
이젠 한계에 이른 것일까. 앉았다 일어서기가 힘드네. 이 고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앉았다 일어서는 순간 골반이 뒤틀리는 아픔과 함께 숨이 헉 막히네.
몇 년 만에 재발된 지독한 요통.
서서히 허리를 펴고 통증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고 마네.
나도 내 몸을 알기 때문에 약점을 보완하려고 무진 애를 써왔는데,
아침마다 수영장 30바퀴 헤엄치는 걸로는 부족했던 걸까.
아니, 그런 근력운동에 비해 내가 몸을 무리하게 부려먹었던 게지.
참회기도라도 올리고픈 심정이야.
20대 후반에 나를 공략한 척추디스크를 껴안고 지금까지 씩씩하게(?) 버텨왔어.
허리야 너는 아파라, 나는 간다. 그런 심정으로 살아왔다고나 할까.
요통으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제대로 마음 써주지 않았지.
까짓 거, 무시하면 자존심 상해서 물러가겠지 싶더라고.
지난 십수년, 참 많은 산들을 오르내렸네. 무엇이 나를 산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어.
혼잡한 도심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체질이라 산으로만 내뺐던 것일까.
아니면 내 피 속에 흐르는 역마살과 한량 기질 때문이었을까.
무리한 등산이 허리에 갈퀴를 걸었는지 이젠 더 이상 산을 오를 수 없겠다.
그래, 포기하께. 내가 졌다. 이제 산은 접어야지.
문제는 지금부터야. 나는 어떻게 일어서야 하지? 어떻게 재활해야 하지?
자리에 앉는 게 무서워. 앉았다 일어서는 순간 허리가 두 토막 나는 느낌이야.
미안하다, 허리야.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너를 무시해서 미안하다.
제발 한 번만 봐 주라. 제발 한 번만!!!
<허리 나으면 꼭 가고싶은 몽골......사진/ 무심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