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바다를 본다. 이른 아침의 여명부터 황홀한 일출, 눈부신 윤슬, 그리고 저녁 노을까지.

한낮의 바다는 수은을 들이부은 듯 하얗게 끓는다. 저걸 어떻게 표현해보나... 수시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30년전에는 저걸 어떤 문장으로 완성하나 고민했고, 지금은 어떤 사진으로 표현하나 고심한다.

나는 왜 있는 그대로를 즐기지 못하나? 쓰지 않고, 찍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살면 안 되나?

 

 

 

 

"5년만 있으면 내 나이 팔십이여~~~" 늙은 해녀는 숨이 차다.

잠수복이 낡아 춥다면서도 그녀는 헌 잠수복을 버리지 못한다.

그녀가 잠수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내가 글쓰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어쩌면 같은 이유일지도.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 / 가을 들녘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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