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다.
한겨우내 빨간 전구를 켜놓은 감나무 외엔 눈길을 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시골.
베갯머리에 고시랑고시랑 들려오는 이야기를 베고 잠이 들었다.
새벽 세시까지 이어진 힐링캠프에 나는 곁다리로도 끼지 못하고 자정 무렵 방으로 돌아왔다.
햇살이 한뼘 들어올 때마다 간밤에 내린 서리도 한뼘씩 줄어든다.
무너지는 빈 집이 내 영혼 같다. 구멍이 숭숭 뜷려 비바람이 무시로 드나든다.
몸은 보이는 마음이요,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이라는데...
언제부턴가 머리 속에 習 혹은 業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습성이 곧 그 사람의 운명이 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흔치 않다는 얘기다.
건강, 행복, 수명 그 모든 것이 알고보면 습의 산물이고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닐까.
<< 업(業)은 습으로부터 시작되고 미래는 현재의 습(習)에 의해 결정된다.
인생을 잘 살려면 늘 좋은 습을 몸에 익히고, 잘못 익힌 습은 수행을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습은 곧 나의 업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것이라도 빗장이 걸려있는 집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지.
마음을 지키고 입을 지키고 또 몸을 닦아라. 세상살이 안위는 처신에 달렸다.
벗을 택하고 이웃을 택할 때 덕 있는 사람과 친하라.
허영과 탐욕은 결국 목숨을 해치고 바르지 않게 재물을 취하면 도리어 몸을 해친다.
사람을 원망하지 마라. 화복은 자신이 직접 구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지 마라.
- 박노협의 시문집《구름 속에 밭을 갈며》중에서
우리에게 힐링캠프를 제공하신 분은 위 책을 쓴 박노협 어른의 후손.
퇴직후 어느 절의 불목하니나 소사로 일하고 싶다는 그분의 소박한 바람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는 늙어서 누구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