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금이 가 있다. 빛은 그 곳을 통해서만 들어온다.
네 가슴에 상처를 주고 아파하는 그 금을 통해서만 빛이 들어온다. >>
내가 몸이 아플 때 흘린 눈물과 / 맘이 아플 때 흘린 눈물이 / 어느새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네
몸의 아픔은 나를 겸손으로 초대하고 / 맘의 아픔은 나를 고독으로 초대하였지
아픔과 슬픔을 내치지 않고 정겹게 길들일수록 / 나의 행복도 조금씩 웃음소리를 냈지 <이해인 '눈물의 만남'>
생이 지리멸렬하다 싶을 때 바다로 나가본다. 젖은 몸을 말리느라 불 앞에 앉은 해녀들을 보면 오금이 저린다.
낡은 잠수복 사이로 스며드는 추위를 이겨내며 그녀들은 밥을 번다.
밥이 하늘이다.
올 한해 내가 잘한 일 중의 하나는 기타를 다시 잡은 것이다. 굳은 손가락 때문에 포기할 뻔했던 악기.
혼자 놀기에 기타만큼 좋은 것도 흔치 않다. 아무 생각없이 그를 안고 어우르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산을 꿈꾸지 않기로 했다. 등산을 접은 대신 기타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기타 소리가 예쁘게 들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동안은 삑사리, 한동안은 소음, 한동안은 불협화음.
내가 치는 기타 소리를 내 귀가 거부하는데 누군들 듣기 좋으랴. 방문을 닫고 혼자 삑사리를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무대에 딱 한 번 서봤다. 한달 내내 외운 악보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밝은 조명과 관객들 앞에서 머리가 텅 비었다.
생의 무대에 겁도 없이 올라와 지금까지 버벅대며 살아온 자신을 돌아본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올해 최고의 선물. 아들아, 고맙다!
너도 밥을 벌러 사회라는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구나.
엄마는 물 밖에서 너를 기다린다. 파도가 높지 않기를,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