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회사에서는 얼마전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대상자는 2천명이 넘지만 정작 명퇴를 신청한 사람은 백여명.

그래, 이 어려운 세월에 누가 나갈라 카겠노. 평생 월급쟁이가 나가서 뭘 해묵겠노.

아버지 세대가 물러나야 아들 세대의 밥그릇이 생기는데... 우야꼬. 물러서자니 뒤가 너무 캄캄하다네.

 

 

 

 

늙은 감나무가 힘겹게 달고 있는 열매. 당신 몸조차 간신히 지탱하는 할머니...어딘가 닮았다.

노후에 대해 문득문득 생각한다. 재수없으면 백살 넘게 사는 세상인데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주변에는 임대소득용 빌딩을 구입한 사람도 있고, 귀촌 준비를 마친 사람들도 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면 그게 곧 미래고 노후가 아니겠나.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다리 몽댕이 부러질뻔한 여자가 낯짝도 두껍게 김기사 동반하고 바람 쐬러 나갔다.

(누구 말마따나 우리 동네는 바람 없다디? )

경기가 어렵다는데 차들은 왜 그리 많은지. 남성현 고갯길이 차로 넘쳤다.

그래, 어려울수록 밖에 나가 풀어야지. 가족들과 자주 어울리고 뭉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주어야지.

 

 

 

 

백 살도 넘은 이 감나무는 정력도 좋지. 돌담 속에 뿌리를 박고도 해마다 수십접씩 감을 생산한다.

오가는 사람들의 탄성에 고무되었을까? 감나무는 지치지도 않고 해마다 저렇게 빨간 알전구를 매단다.

 

 

 

 

아플 때마다 나를 보살펴줄 사람이 누군지,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이 누군지 깨닫는다.

까탈스런 내 성미 다 받아주며, 일 밖에 모르고 살아온 김기사를 당연한듯 여기다니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노란봉투를 받지 싶다. 주부도 전문직이라는데 희망퇴직을 안 받겠나 ㅎㅎ

 

 

 

적천사에는 마지막 가을빛이 타고 있었다.

 

 

'牛溲馬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선물  (0) 2012.12.30
송년 힐링캠프  (0) 2012.12.17
나는 왜?  (0) 2012.11.12
나는 작가다?  (0) 2012.09.10
엉겹결에   (0) 2012.06.04

+ Recent posts